[온기운 에너지정책합리화 교수협 공동대표] 

▲ 온기운 에너지정책합리화 교수협 공동대표

지난해 8월 14~15일(현지 시간)과 올해 2월 15~16일에 미국에서는 대규모 순환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하나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다른 하나는 텍사스주에서 발생한 것으로 모두가 극한 기온 변화에 따른 전력 수급 차질에서 비롯됐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8월 14일 오후 기온이 42℃까지 올라가는 70년만의 혹독한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이례적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이 때 가스발전기(475MW)가 불시에 정지됐고, 대기중인 발전기에 가동이 지시됐으나 기동 실패함으로써 41만가구 순환정전이 발생했다. 그 다음날인 15일 오후 5시경에는 풍력발전(1GW) 출력감소와 가스발전(470MW) 불시정지로 20만 가구 순환정전이 초래됐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재생에너지의 급속한 확대로 나타나는 ‘덕커브(Duck Curve)’ 현상에 전력계통이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 점이다. 덕커브란 전력회사의 전체 전력수요량에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뺀 시간대별 실질전력수요(Net Load)가 저녁부터 밤 사이에 급속도로 증가해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마치 오리 모양이 된다고 해서 불려진 것이다.

일몰 이후 실질 전력수요가 급증했으나 이에 응해 백업발전이 신속히 출력을 낼 수 없어 주파수가 일정하게 유지될 수 없었다. 

미국에서는 어느 한 주에서 전력 부족이 발생하면 다른 주로부터 융통해 쓸 수 있도록 돼 있으나, 지난 8월에는 워싱턴주, 애리조나주 등 인근지역도 똑같은 폭염이어서 전력 융통이 어려웠다. 

이번엔 텍사스 주를 보자. 올해 2월 15일부터 21세기 최악의 겨울 폭풍이 몰아치면서 기온이 영하 20℃ 이하로 떨어지는 등 30년만에 한번 찾아온다는 역대급 폭설과 한파가 미국 남부 지역을 덮쳤다. 이 때문에 겨울이라고 해도 최저기온이 고작 5~10°C 에 불과했던 텍사스 주에서 전력위기가 발생했다.

혹한으로 전력 수요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풍력 터빈이 얼어붙고, 천연가스 공급 차질이 빚어지면서 전력공급이 줄고 대규모 순환정전이 불가피해졌다. 정전 규모는 최대 1640만kW에 달했다.   

선 벨트로 불리는 미국 남부지방의 주들은 겨울철보다 여름철에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도록 설계가 돼 있다. 냉방수요가 많은 여름철에 발전 설비를 풀 가동하고, 냉방수요가 없고 난방수요도 거의 없는 겨울철에 설비들을 교대로 정비하고 휴식시키는 구조로 돼 있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이번처럼 혹한으로 뜻하지 않게 난방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전력공급망마저 망가지니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지역에서 겨울철 의복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난방설비 사용을 크게 늘릴 수 밖에 없었고, 매장에서는 온열기들이 순식간에 동나고 말았다. 전기요금은 폭등해 도매전력요금이 상한선인 kWh당 9달러를 일시 돌파하기도 했다. 발전기 정지와 전력 도매가격 폭등으로 텍사스 주에서 66만 명 이상의 고객을 가진 최대 전력 소매업체인 브라조스 일렉트릭파워 조합이 파산했다.

◆ 다양한 교훈 얻을 수 있어 

그렇다면 이 두 대규모 순환정전 사태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뭔가. 우선 혹서기나 혹한기 등 기후변화에 따라 초래되는 이상 기온변동에 대한 대비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전력 피크 수요에 대비한 충분한 공급력과 공급여력의 확보가 중요하다.

하지만 자유화된 전력시장에서 공급력과 공급여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은 비용최소화라는 기업의 생리에 비춰볼 때 쉬운 일은 아니며, 이 점에서 자유화의 폐단을 시정할 수 있는 보완장치가 필수적이라는 교훈을 얻게 된다.   

둘째는 특정 전원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전력공급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주는 2018년 고든 브라운 전 주지사(민주당)가 2030년에 1990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0% 줄일 것을 법으로 정하고 2045년에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주는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에 따라 판매전력량 중 재생에너지 비율을 2017년 20%에서 2020년 33%, 2030년 60%로 끌어올릴 계획인데, 이는 전력계통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기후변동 등 돌발변수 발생시 전력위기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텍사스 주의 경우 풍력 터빈이 혹한으로 얼어붙어 전력공급이 감소했다. 재생에너지 설비는 늘어났지만 이에 대한 방한(Winterization) 대비는 전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셋째는 백업전원 역할의 중요성이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재생에너지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백업해 줄 가스발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텍사스 주의 경우도 혹한 때문에 난방용 가스 수요가 급증하고 발전용 가스 공급은 줄어 가스발전이 제대로 되지 않고 결과적으로 전력위기가 초래됐다. 결국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는 연료의 안정적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 우리나라도 각별한 대응 필요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재생에너지 비중을 계속 늘리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도 위 3가지 점에 유의해 적절한 대비를 해야 한다.

2011년 9·15 정전을 통해 이례적인 기온 상승에 대비한 공급여력 확보가 매우 중요함을 깨달은 우리로서는 앞으로도 공급여력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탈원전 속도를 조절하고 소형원전 공급을 확충해 재생에너지와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지리적 여건이나 재생에너지가 갖는 간헐성 등 기술적 문제를 감안할 때 전원믹스의 적절한 구성은 간과할 수 없다. 백업전원으로서 가스 발전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는데 가스의 안정적 공급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천연가스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국제정세 변화의 영향을 덜 받도록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긴요하다. 

우리나라는 발전량과 전력 수요량이 세계 7위인 전력 대국이다. 따라서 안정적인 전력수급 유지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만큼 미국의 잇딴 정전 사태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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