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 선임연구위원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 선임연구위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지난주 12월 15일 열린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통화정책을 조기에 정상화하기로 했다.

즉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규모를 매월 150억 달러에서 300억 달러로 늘려 당초 내년 6월로 예정했던 양적완화 종료 시점을 내년 3월로 앞당긴다는 것이다.

연준이 테이퍼링을 시작한 것은 지난달 11월이다.

또한 연준은 FOMC 회의 직후 내년 중 세 차례의 금리 인상 계획도 밝혔다.

이런 결정은 최근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율을 감안한 것이다.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봄부터 경기 부양을 위해 매월 1,200억 달러 상당의 자산매입으로 통화량을 확대하는 양적완화와 함께 제로 금리(0~0.25%)를 유지해 왔다.

미국이 테이퍼링 속도를 높여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화의 가치가 상승하고, 이는 국제 유가의 하락 요인이 된다.

달러화 가치 상승이 유가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두 가지 메커니즘을 통해서다.

첫째는 석유 거래에 사용되는 화폐인 달러화의 가치가 상승하면 석유가격이 비싸지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면 석유수입국들은 동일한 물량의 석유 수입에 대해 종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석유수출국에 지불해야 한다.

그러한 구매력 변화는 석유의 소비를 억제해 유가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둘째는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면 석유 선물시장에 들어와 있던 투기성 자금이 보다 안전한 자산을 찾아 떠나기 때문이다.

시중에 통화량이 늘어 달러화의 가치가 하락할 때는 금융시장의 자금이 인플레이션을 헤지(hedge)하기 위해 석유 등 상품시장으로 유입된다.

반대로 금리 인상 등으로 통화량이 줄고 달러화의 가치가 상승할 때는 상품시장의 자금이 채권 등 금융시장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석유 선물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 유가는 하락한다.

실제로 달러화의 가치 상승은 이미 10월 중순 이후의 국제 유가 하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연준의 테이퍼링이 11월에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이 널리 퍼지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고 원유 선물시장에서 투기성 자금의 유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요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Dollar Index)는 국제 유가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10월 26일의 93.94에서 12월 17일 96.67로 2.9% 상승했다. 유로화 대비 달러화 환율은 같은 기간 유로당 1.1595달러에서 1.1240달러로 3.1% 하락(평가절상)했다.

그리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투기성 자금에 의한 서부텍사스유(WTI) 선물거래 순매수 규모는 10월 셋째 주의 4.50억 배럴에서 12월 셋째 주에는 3.47억 배럴로 23% 감소했다.

물론 주요 원유인 브렌트유와 WTI 가격이 지난 10월 26일 각각 배럴당 86.40달러와 84.65달러를 기록한 후 하락해 12월 1~2주 70달러 초반에 머물고 있는 데에는 다른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그중에서도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으로 세계 석유수요 회복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큰 요인이다.

또한 미국이 유가 안정을 위해 중국, 일본, 한국 등 주요 소비국들과 공조해 5천만 배럴의 전략비축유(SPR)를 방출하기로 결정한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이와 같은 요인들과 더불어 달러화의 가치 상승도 유가 하락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세계 석유수요의 급격한 감소와 회복,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를 포함하는 이른바 OPEC+의 생산량 조절 등 석유의 수급 상황은 국제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압도적 요인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대응해 시행된 양적완화와 테이퍼링, 금리 인하와 금리 인상 예고 등 미국의 통화정책도 국제 유가의 등락과 연결돼 있다.

내년 3월 연준이 양적완화를 종료한 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고 국제 유가는 다시 하락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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