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학교 경제·정보통계학부 김형건 교수
강원대학교 경제·정보통계학부 김형건 교수

[에너지플랫폼뉴스 강원대학교 경제·정보통계학부 김형건 교수]

최근 국제적인 고유가로 우리 경제에는 비상이 걸렸다. 

2022년 4월 5일 현재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선물 거래가격은 배럴당 100불을 넘나들고 있다. 

불과 2년 전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급감으로 배럴당 –37.63불을 기록한 2020년 4월 20일 당시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가격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악화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석유 상류 부문에 대한 투자 부진이 최근 고유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각국의 에너지전환 정책들로 인해 화석연료의 대표 주자인 석유 부문에 대한 투자가 매력을 잃은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2016년에서 2021년까지 상류부문에 대한 투자는 3분의 1 가량 감소했다고 한다.

석유 공급의 축소만큼 수요 역시 같은 속도로 줄어든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 석유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석유 수요는 2019년 수준을 빠른 속도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30년까지는 석유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원하는 에너지전환과 현실의 수요 간에는 분명한 괴리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이 괴리가 우리 경제의 효율적 작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석유 정책은 모두 석유의 시장 퇴출과 저유가를 상정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모두 취소 혹은 축소되었고, 당초 12년간 1억 700만 배럴의 신규 비축유 확보를 목표로 했던 제4차 석유비축계획 역시 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낮은 석유 수요 전망에 의해 2025년까지 1억 70만 배럴 목표로 축소됐다.

수송 부문에는 에너지전환 정책의 일환으로 전기차와 수소차에는 보조금을 주는 반면 경유차의 운행 저감을 위해서는 경유 세금 인상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2021년 11월 정부는 유류세 20% 인하를 실시했고 2022년 5월부터 7월까지는 30%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심지어 경유 사용 운송사업자에게는 보조금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논의되었던 세금 인상은 커녕 반대로 세금 인하를 결정한 것이다. 

물론 서민 부담과 물가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결과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특히 국내 수요를 걱정해야 하는 관련 업계에서는 꽤나 반길만한 소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정부 정책의 비일관성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다. 

석유시장은 정부가 나서서 가격을 결정하는 시장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석유시장은 이미 자유화된지 오래되었고 가격은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석유제품의 가격은 그 어떤 재화의 가격보다 빠른 속도로 수요와 공급을 반영한다. 

유류세에 대한 근거는 석유제품의 사회적 비용을 가격에 내재화한다는 교정세(pigouvian tax)에 있는 것이지 유류세를 통해 가격을 결정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제유가가 낮을 때는 경유차의 미세먼지, 온실가스 문제 등의 환경 문제를 내세우며 세금 인상을 논의하고, 반대로 국제유가가 높을 때는 탄력세를 동원해 가격을 낮추려 든다면 시장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대한 신호 역할을 상실해 효율성을 잃게 된다. 

가격 신호로 인한 시장의 건전한 구조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정부가 우리의 유류세가 너무 높은 수준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면 유류세를 영구적으로 낮춰야 하는 것이지 일시적 탄력세를 적용해서는 안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국제유가는 그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한시적 인하 이후 국제 유가가 더 크게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도 있고, 크게 급락할 수도 있다. 

정부의 의도대로 우리 경제에 대한 충격을 완화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늦은 시장 대응으로 그 충격을 더 키울 수도 있다. 

생산자의 가격조정으로 인하된 유류세가 100%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현재의 고유가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시장 가격에 대한 정부의 잦은 간섭이 결국 장기적으로 시장의 효율성과 발전에 나쁜 영향을 미치리라는 점 하나는 분명하다. 

부디 국제 에너지시장이 빠른 시일 내에 안정되어 이번 정부의 일시적 세금 인하가 시장 충격 완화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향후에는 석유 시장에 대한 가격 간섭에 대한 정부의 정책보다는 시장의 효율적 유통 구조,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에너지전환 시대의 적응 등 장기적 측면에서의 일관된 정부 정책들이 수립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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