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에너지플랫폼뉴스 :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산유국들의 여유 생산능력 부족은 적어도 내년까지는 국제 원유가격의 하락을 억제하는 주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유 생산능력’이란 생산 가능한 설비능력에서 실제 생산량을 뺀 나머지로, 통상 3개월 이내에 생산을 시작해 상당 기간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 설비능력을 말한다.

여유 생산능력은 원유를 생산하는 모든 국가가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량 조절을 통해 석유시장을 통제하는 이른바 OPEC+ 국가들만 보유한다.

OPEC+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과 OPEC과 공조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러시아 등 일부 비OPEC 산유국을 포함한다.

OPEC+의 여유 생산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국제 석유시장에서 예기치 못한 공급 차질이 발생했을 때 이를 대체해서 공급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여유 생산능력이 부족한 시기에는 원유 구매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원유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조그만 사건과 사고에 의해서도 곧바로 유가가 상승한다.

그런데 현재 OPEC+ 산유국들이 보유한 여유 생산능력이 많지 않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의하면 OPEC+의 여유 생산능력은 지난해 12월 하루 650만 배럴에서 올해 7월 하루 370만 배럴로 축소됐다.

이는 OPEC+의 최근 생산량인 하루 약 4,400만 배럴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 하루 1억 배럴에 육박하는 세계 석유 소비량과 비교하면 3~4%에 불과하다.

게다가 OPEC+의 여유 생산능력 대부분은 사우디와 UAE가 보유하고 있다.

사우디와 UAE 양국이 보유한 능력은 하루 220만 배럴로 OPEC+ 전체 능력의 60%에 이른다.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 상당수의 산유국은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 부족으로 여유 능력을 보유하기는 커녕 자국에 할당된 생산 쿼터에도 미달하는 생산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OPEC+의 전체 생산은 지난 7월 기준으로 자신들이 설정한 생산 한도를 하루 300만 배럴 이상 밑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국제 원유시장은 2020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된 수요 초과(공급 부족)에서 벗어나 올 하반기와 내년에는 약간의 공급 과잉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 수급 상황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지난 30년 동안 세계 석유 수요 증가를 주도해 왔던 중국의 석유 수요가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올해 중국 수요는 경제성장률 둔화와 코로나19 봉쇄 등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석유 수요는 내년에 다시 증가하겠지만 종전과 같이 큰 폭으로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급 측면에서는 미국 셰일오일의 생산이 유가 상승에 힘입어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남미 브라질과 가이아나의 신규 유전 가동에 의한 생산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세계 석유 수급이 수요 초과에서 공급 과잉으로 전환되더라도 국제 유가가 크게 하락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 석유시장의 구조적 불안 요인인 산유국들의 여유 생산능력 부족이 단기간 내에 해소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전의 생산능력을 증가시키는데는 긴 기간이 소요된다.

종래 산유국의 석유회사들은 투자의 회임기간이 긴 상류부문 프로젝트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꺼려 왔다.

더욱이 에너지 전환기를 맞아 미래 석유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석유회사들은 생산능력 확장을 위한 투자보다는 짧은 기간에 비용 회수가 가능한 자산에 대한 투자를 더 선호해 왔다.

단기적으로 OPEC+의 여유 생산능력이 늘어나 국제 석유시장의 안정과 유가 하락에 기여할 수 있는 유일한 상황은 현재 진행 중인 이란 핵 협상이 타결돼 미국이 이란에 대한 원유수출 제재를 해제하는 경우다.

이란의 원유 수출이 재개되면 하루 약 100만 배럴의 원유가 추가로 시장에 공급되고 다른 산유국들의 생산은 현재보다 축소되면서 여유 생산능력이 그만큼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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