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 등 재생 발전도 생태계 파괴하면 ‘녹색’ 배제

에너지 부터 수송, 건축물, 생태계, 물, 자원순환 등 적용

도태 예상되는 내연기관·석탄발전 등 전직, 훈련 지원은 ‘인정’

환경부 ‘택소노미 미포함, 불이익 아냐’ 불구 직간접 효력 불가피

녹색금융 활용 과정 포함 기업·금융기관 공시 전반에 적용될 것

[에너지플랫폼뉴스 김예나 기자]

태양광 발전은 자연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친환경이라는 점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발전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토지를 조성하면서 생태계를 파괴하거나 태양광 패널 냉각 과정에서 하천을 오염하면 ‘그린 워싱(green washing)’ 즉 위장환경주의에 해당된다.

‘그린 워싱’은 제품 생산, 유통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나 환경 오염 요인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제한적인 환경 친화적인 성과를 부풀려 친환경인 것처럼 위장한 것을 말한다.

정부가 도입을 추진중인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 녹색분류체계)’가 확정되면 그린워싱을 가려내는 가이드라인이 제시된다.

실제로 환경부가 지난 해 말 발간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풍력발전 토지 조성 과정에서 생태계, 서식지를 파괴하거나 바이오매스 발전에 사용되는 목재 펠릿, 목재 칩을 확보하기 위해 불법으로 벌채하는 행위는 그린워싱에 해당된다.

재생에너지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폐수, 중금속, 유해화학물질, 폐기물을 적정하게 처리하지 않아 환경오염을 유발시켜서도 안된다.

전기·수소차 같은 무공해 자동차의 부품 생산 과정에서 부적절한 금속 원자재 채굴·사용·폐기로 인한 환경오염도 제재를 받는다.

최근 들어 넷제로의 중요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자원순환 역시 그 과정에서 배출되는 유해화학물질이나 오염물질이 허가 기준을 초과하게 되면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될 수 없다.

그린 택소노미를 통해 녹색경제를 강화하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그린워싱에 투자되는 것을 차단하는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을 포함해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에 기여한다고 평가된 사업이나 기술개발에 녹색 자금이 유입되도록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석유 첨가 바이오디젤 설비도 녹색분류체계

그린 택소노미는 에너지 분야는 물론이고 수송·물류, 건축물, 생태계, 물, 오염관리, 자원순환 등 다양한 분야가 적용받는다,

환경부의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K-택소노미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자원순환, 오염 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 등 6대 환경 목표가 설정되어 있다.

EU 택소노미나 ISO 택소노미 등이 제시한 목표를 준용한 것인데 각 분야별로 구체적인 대상도 명시되어 있다.

수송·물류 분야에서는 철도, 각종 건설·농업 기계를 무공해차량으로 전환하는 경제활동이 K-택소노미에 포함된다.

건축물 분야에서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건설, 건축물 관련 온실가스 감축 설비 구축이 해당되고 농업 분야는 온실가스 저감 농산물 재배 기술 등을 적용하는 방식이 녹색분류체계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 정유사들이 석유제품에 첨가하는 바이오디젤 생산 설비도 택소노미에 포함된다.

지구온난화 방지와 관련한 교육과 문화 활동,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도태될 수 있는 업종 종사자들의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도 택소노미에 포함된다.

이 기준이 적용되면 내연기관 자동차, 석탄발전 등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고용 감소가 예상되는 산업군 종사자들에게 특화 훈련 과정을 제공하거나 훈련비, 전직을 지원하는 것도 녹색경제 실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 원자력 배제 EU·한국 최초 입장서 선회

흥미로운 것은 EU와 우리나라 모두 정치, 경제, 산업 등 다양한 환경변화로 그린택소노미에 대한 해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6월 전 세계 최초로 그린 택소노미를 추진한 EU는 당초에는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녹색분류체계에서 제외했다.

당시 기준이 적용되면 원전, 천연가스 발전 등에 투자하는 행위는 녹색 경제로 인정받지 못한다.

원전은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는 가장 경제적인 발전원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방사능폐기물 배출이 발목을 잡았고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되는 과정의 브릿지 연료로 주목받는 천연가스는 탄화수소체 메탄(CH₄)이라는 태생적인 한계가 문제가 됐다.

하지만 전체 생산 전력 중 70%가 원전인 프랑스가 EU택소노미에 원전 포함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유럽 최대 천연가스 소비국이자 수입국인 독일은 천연가스를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할 이유가 컸는데 결국 EU의회와 이사회는 EU택소노미(EU Taxonomy)에 원자력과 LNG 발전을 포함시키며 내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인 K-택소노미(K-Taxonomy)도 설계 과정에서 정책 선회 과정을 거치고 있다.

탈원전을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이전 정부에서는 K-택소노미가 지향하는 ‘녹색’의 개념에서 원전을 배제했는데 원전 부흥을 외치고 있는 현 정부에서 원전을 다시 ‘녹색’으로 되돌려 놓았다.

실제로 택소노미 결정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최근 발표한 K-택소노미 초안에 원전을 포함시켰고 원자력 핵심 기술 연구 개발 실증, 원전 신규 건설, 원전 계속 운전과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했다.

에너지전환 과정의 브릿지 연료로 주목받았지만 정작 K-택소노미에서는 제외될 뻔한 LNG도 기사회생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발전원중 석탄화력 비중이 40%에 달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LNG마저 제외시키는데 대한 부담이 컸는데 결국 K-택소노미에 ‘한시적으로 포함’됐다.

다만 원자력이나 천연가스 모두 K-택소노미에 포함되기 위한 구체적인 단서가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력을 택소노미에 포함시킨 EU는 원전 안전 기준 강화, 원전 폐기물 최소화 기술 개발, 사고저항성 연료 사용, 2050년까지 고준위폐기물 처분시설 운영 방안 마련 등의 단서를 달았는데 우리 정부 역시 사고저항성핵연료를 사용하거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강화, 미래 원전 연구개발 같은 기준을 설정해 놓고 있다.

◇ 녹색경제 실현 압박 수단 될 것

한편 환경부는 K-택소노미가 우리나라에서 녹색자금을 조달할 때 활용되는 지침서이며 유럽에서 녹색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EU택소노미를 적용받는다고 설명했다.

K-택소노미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금융 활동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녹색 경제 활동이 K-택소노미를 기준으로 직간접적으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결국에는 의무 효력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되지 못한 사업 분야에서 금융 투자나 자금 조달을 이끌어 내는 것이 어려워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녹색채권, 녹색 프로젝트 파이낸싱, 녹색여신, 녹색펀드 등 다양한 녹색금융의 활용 과정은 물론이고 기업과 금융기관 공시 전반에 택소노미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적용 범위도 개별 프로젝트를 뛰어 넘어 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이 유력하다.

특정 석탄화력발전 처럼 개별 프로젝트 단위도 포함되지만 기업 전반의 생산 설비나 각종 사업 부문을 아우르는 전체 자산 단위, 더 나아가 기업 전체 경영 활동의 녹색 경영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확장되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총매출액 중 녹색분류체계에 적합한 사업에서 발생된 비중을 따져 금융기관이 해당 업체의 여신 한도를 결정할 수도 있다.

자금 대여 기관 입장에서도 녹색금융은 중요한 경영 활동 기준으로 작동된다.

시설·운영 자금 대출 중 녹색분류체계 적합성 판단기준을 충족한 분야에 집행된 비중을 산정해 해당 금융기관의 녹색여신 성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환경 규제 규범으로 확장되는 것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석탄화력발전 투자를 이유로 한전에 대한 투자 철회나 투자금 회수 등을 압박한 것처럼 기업 경영에서 그린택소노미 반영 비중이 낮을 경우 글로벌 자금들이 투자를 차단할 수 있다.

소비 전력 전량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취지의 글로벌 캠페인인 RE100은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애플, 구글, BMW 같은 글로벌 기업 379곳이 참여중이고 납품 협력사에게 제품 생산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중이다.

그린 택소노미 역시 EU를 비롯해 이 제도를 채택하려는 국가들이 녹색으로 분류된 사업이나 기술 개발에 금융이 집중되도록 유도하는 과정에서 그린워싱이나 환경 위해 분야에 대한 투자가 자연스럽게 제약받으면서 사실상의 글로벌 환경 투자 규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환경부는 9월까지 K-택소노미를 확정하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일정이 일부 연기되고 있다.

당초 환경부는 7~8월 중 K택소노미 초안을 발표하고 의견 수렴을 그쳐 9월에 확정짓겠다고 밝혔는데 최근 공개된 초안을 놓고 10월 중 대국민 공청회를 열어 각계의 의견을 반영해 연내 확정하는 일정으로 늦춰졌다.

이에 대해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 관계자는 “산업계 등의 요구로 녹색경제활동에 포함될 분류체계에 대한 개정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며 “그 과정에서 각계 전문가와 학계, 시민단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